브랜딩의 가치를 모를 때 생기는 질문
브랜딩 관련 강의를 들은 후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과, 실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나를 찾아온 분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며 뱉는 말들 중의 하나가 바로 ‘하고는 싶은데 너무 비싸요’이다.
돈과 시간, 에너지의 사용은 우선순위의 문제와 직결된다. 특히 사업의 영역에 있어서는 내게 주어진 돈, 시간, 에너지가 나의 생계와 직결되어 있기에 쉬이 판단할 수 없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대표들은 브랜드와 브랜딩에 대해 자세히 몰랐다. 어렴풋하게 그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정확하게 본인들이 무엇을 만들려고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내가 만들려는 게 무엇인지를 모르는데 돈의 가치를 산정할 수 있을까?
싸다 비싸다 말할 수 있을까? 브랜드를 운영하는 데 있어 눈에 보이는 집기, 장비, 인테리어 등은 눈에 잘 보이는 현물인지라 돈의 가치가 높다 판단하고, 브랜딩의 경우는 지적 자산에 가깝다 보니 그 가치가 본의 아니게 폄하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러 폄하하는 게 아니라 일단 손에 잡히지 않고 (보통 파일로 정리되어 있으니까) 당장에 매출과 직결되어 있지 않은 느낌이 강하게 들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대부분 밀리게 된다.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것은 돈, 시간, 에너지 사용에서 순위가 밀리는 것이다. 다른 쓸 곳에 다 쓰고 나서 남은 것을 브랜딩에 쓰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표들의 잘못은 아니다. 다만, 몰라서 그런 것이지.
문제는, 브랜딩이라는 지식은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는 그런 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공부하고 인지하지 않으면 브랜딩에 대한 지식은 영영 내 속에 자리 잡지 못한다.
지금보다 비교적 나이가 어렸던 십여 년 전에는 대표들의 무지에, 사람들의 수준에 나도 모르게 화가 났었다. 브랜딩이 사업의 시작이고 사업의 방향인데, 방향 없이 어떻게 사업을 하겠다는 거지? 고객에게 내가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의도 자체가 없는 상태에서 무엇을 디자인하겠다는 거지? 짜증과 화가 가득했었다.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그들의 무지가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안다. 다만 어떻게 그 무지의 상태를 ‘앎’의 상태로 바꿔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어떻게 이들을 더 교육하지? 어떻게 교육의 필요성을 어필하지? 어떻게 더 쉽게 알릴 수 있을까?
혹자는 나더러 ‘힘든 길을 가시네요’라고 했다. 맞다. 자기 자신을 바꾸기도 힘든 판에 남들을 바꾸려 드는 일을 하고 있으니. 이 길은 확실히 어렵고 힘들었다. 무작정 그들의 편을 들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무작정 그들의 의견을 묵살해서도 안되니, 적절한 장단에 맞춰 굿브랜딩의 길로 리딩해야 한다는 무게의 압박감이 시간이 갈수록 상당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단순히 내 사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브랜딩의 개념을 알고 사업을 해야 그 브랜드의 주인들, 또 팀원들이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우리의 의도를 고객에게 전달할 때,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가 선명할 때 브랜드는 흥한다.
브랜드와 브랜딩이 무엇인지 알면 대표들의 ‘가격’에 대한 관점도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THINKRO 블로그의 칼럼과 외부 기고는 브랜딩 현장의 전문가와 필진이 작성한 글로, 독자분들께 유용한 브랜드 인사이트와 정보를 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본 콘텐츠는 THINKRO의 편집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되며, THINKRO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송제익
DIRECTOR · CO-FOUNDER OF THINKROCORP
20년간 브랜딩 현장에서 대표들과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온 브랜드 디렉터입니다. 브랜드는 로고나 예쁜 디자인이 아니라, 만드는 사람의 삶과 철학이 고객의 머릿속에 새겨지는 '의도된 이미지'라고 믿습니다. 싸고 빠른 결과물 대신 오래 사랑받는 브랜드의 본질을 함께 공부하는 파트너를 지향하며, 대표님들이 브랜드를 '제대로' 이해하고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열심을 내고 있습니다. 브랜드 전략과 아이덴티티 설계, 브랜드 교육을 통해 선택받는 브랜드의 접점을 설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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